Return of Desire
욕망의 귀환
Jungnang Art Center
꿈꾸는 인간, 인간의 욕망
권기수 작가의 작품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전통회화의 요소요소가 겹쳐진다. 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신기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현대적인 감각과 화면구성, 화려한 색채, 다양한 모티브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에서 조선시대 회화에서 보았을 법한 장면이 문득 떠오르니 말이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로 작품의 뿌리를 동양화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넓혀왔지만, 작품의 내재적 동기는 아마도 ‘한국화의 현대적 모색’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의 작업은 화려한 색감, 장식적인 배경, 귀여운 캐릭터 등으로 해서 팝아트적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러한 요소들을 통하여 작가의 내적 갈등을 풀어내기도 하였고, 희로애락의 현실 속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프린트같이 보이는 화면이 수없이 반복되는 테이핑작업과 덧칠로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부여하였다. 이런 점들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기수 작가는 전통요소의 맹목적 차용이 아닌 현대적 관점과 사유를 통한 해석과 연구의 과정을 그의 작품에 오롯이 표현한다. 일례로 그의 작품 중에 화면의 한쪽 여백을 채우고 있는 색-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회화에서 보이는 화제畵題나 시제詩題를 상징하는 것이다. 작가는 현대적 시각에서 문자의 해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의미전달의 ‘행위’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기호는 화자話者의 생각이 잘 반영된 시적, 미적 요소로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의 색-점은 자신의 작품에 맞게 다양하고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이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인문李寅文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강희안姜希顔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김홍도金弘道의 <적벽야범도赤壁夜泛圖> 등의 모티프와 의미를 현대적 화면구성과 독특한 화법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전통화에서 다양하게 표현되었던 바위절벽, 괴석 등은 심플한 큐빅의 형태로 나타나고 현실과 이상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적 통로는 무지개다리로, 문인들의 지조와 절개, 고고한 기품과 세속에 물들지 않는 초연함은 매화와 대나무의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배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들은 특정 도상圖像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의미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게 선택된 것으로,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작가는 과거의 형식과 표현에 얽매이지 않고 환상적이고 자유로운 작품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꿈꿔왔던 이상향과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별천지와도 같은 세상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림 속에 펼쳐지는 꿈의 여정에는 자연과 ‘동구리’로 대두되는 인간의 모습이 공존하며 이는 작가 본인은 물론 모든 이들이 간절히 찾고자 염원했던 인간의 내적 고뇌와 의지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박 소 현 (중랑아트센터 관장)
*'욕망의 귀환' 전시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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